▲ 이규현 사범

품새 거장 이규현(67, 9단) 사범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 사범은 오랜 수련이 묻어난 중후한 동작을 펼쳐 관중은 물론 참가선수들에게도 큰 박수를 받았다.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서 시작해 한창 열기를 뿜고 있는 제9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사흘째인 1일(현지 시간) 한국이 금메달 4개를 쓸어 담았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금메달 10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를 확보한 한국은 일찌감치 종합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창설 이래 9회 연속 종합 우승 위업 달성을 코앞에 두게 됐다.

남자 65세 초과부문 품새는 금강과 평원이었다. 이규현 사범은 젊은 선수들보다 유연성과 스피드는 낮았지만, 60년 이상의 오랜 수련으로 체득한 손동작과 움직임 등 기(氣)의 운용을 유감없이 표현해냈다.

이규현 사범은 프랑스의 이문호 사범과 결승전서 0.01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역시 고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문호 사범도 높은 기량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범이 결선에서 금강의 산틀막기 짓찧기에서 다리가 낮았던 점, 학다리서기에서 발을 종아리에 붙인 것 등을 패인으로 분석했다.

우승 확정 후 이규현 사범은 “감개무량하다. 긴장되고 코트도 미끄러워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 코치가 잘 잡아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제자 겸 코치인 이기철 사범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 사범은 “65세 초과부에 선수가 많지 않다. 대회 출전이 힘든 일이지만 종주국에서 고단자들이 많이 출전해 태권도 품새 경기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 이튿날 청소년부 복식에 출전해 이미 금메달을 획득한 유세빈(서울아이티고, 17세, 3단)은 개인전 결승전서 태극7장과 태백을 완벽하게 연출해 평균 8.63을 받으며 2관왕을 달성했다. 결승 상대 대만의 샤오 치 후앙(hsiao Chi Huang)도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쳤으나 평균 8.48로 유세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남자 30세 이하 박광호(한국체대, 20세, 4단)와 여자 50세 이하 오경란(청지회, 46세, 7단)도 각각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전서 박광호는 지정된 품새 평원과 십진으로 8.61, 오경란은 천권과 평원으로 8.08을 받아 우승했다. 오경란은 여자 30세 초과 단체전에 이어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총 46개국, 461명의 선수가 실력을 겨루는 이번 대회는 중앙 코트에서 치러지는 모든 결승전 경기를 세계태권도연맹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worldtaekwondo)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태권도전문기자회 신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