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이 퇴임사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김태환 회장이 떠났다. 눈물을 보이며 떠났다. 김태환 회장이 보인 눈물은, 2013년 2월 협회장에 취임한 후 만 3년 동안, 아쉬움과 섭섭함을 포함해 적지 않은 회한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김태환 회장이 태권도협회장에 도전하게 된 것은, 그가 이날 퇴임사를 비롯해 수 차례 밝힌 것처럼 오현득 국기원 부원장, 김태일 한국실업태권도연맹 회장 등 지인들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유력한 여당 정치인인 김태환 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태권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다선의 정치인으로서 태권도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점은 몰라도 화합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태권도협회장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태권도계는, 태권도조직은, 태권도인들은 김태환 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김태환 회장의 가장 큰 실수라면, 임기 중에 전무이사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일 것이다. 김무천-김세혁-김철오-성재준까지 무려 4명의 전무가 김 회장을 거쳐갔다.

전무이사가 교체될 때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내홍에 휩싸였고, 그것은 바로 김태환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으로 표현됐다.

김태환 회장 역시, 전임 회장들이었던 홍준표, 김정길 회장처럼 태권도계 자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유력한 정치인을 회장으로 필요로 했던 것은 태권도인들(전부는 아닐지 몰라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체육단체장 겸직금지법이 발효되면서, 김태환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태권도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환 회장의 입장에서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물러날텐데, 시위까지 하면서 물러나라는 태권도인들이 야속했을 것이다. 김태환 회장이 보였던 눈물에서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량감있는 다선의 국회의원답지 않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태환 회장이지만, 전임 회장들에 견줘서 뒤지지 않는 일들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태권도계를 위한 예산 확보와 기업의 후원금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경찰청 태권도부 창단, 우수 선수들의 경찰 특채, 태권도원 상징지구에 국비 유치, 소년체전에 여자 초등부 신설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낸 것도 정치인 김태환 회장이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김태환 회장을 마지막으로 정치인 회장의 시대는 지나갔다. 사실 태권도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왔다. 대한태권도협회장 한 명이 정치인이 아니라고 해서, 그러한 관계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김태환 회장의 물러남은 '공식적으로' 태권도와 정치의 거리두기를 나타내는 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태권도, 과연 '정치'와 어떠한 관계를 새롭게 맺을 것인가?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