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혁 전무이사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으로 웬만한 선수보다 더 유명한 김세혁 감독이 대한태권도협회(KTA) 전무이사가 된 것은 지난 4월 11일이다.

처음에는 협회의 김무천 운영부장이 임명되었으나 한 달 여 만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전무이사는 공석이 됐고 결국 이 자리는 김세혁 전무에게 돌아갔다.

KTA의 전무이사라는 자리는 협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자리다. 역순으로 김태환, 홍준표, 김정길 등 역대 회장들이 유력 정치인으로서 태권도 실무를 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위로는 회장을 보좌하면서 종주국 태권도협회를 최일선에서 이끄는 자리가 바로 전무이사의 역할이다.

사실 태권도계에서는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는 것 만큼이나, 어쩌면 오히려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 누가 전무이사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 가장 유력한 전무이사 후보로 꼽히는 3명이 있었다. 김세혁 현 전무이사, 김무천 운영부장, 윤웅석 기술전문위원회의장이다.

결국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김세혁 전무가 협회를 이끌게 됐다.

김 전무는 정통 경기인 출신으로서 협회의 전무이사가 되어 협회를 제대로 이끌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아왔다.

그만큼 의욕이 있었고, 그가 태권도 지도자로서 이뤄놓은 것을 볼 때 기대해볼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013년 5월 현재, 아직은 실무를 맡은 지 2달이 채 되지 않았으니 지금까지의 일을 놓고 공과를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지금 시점에서, 김 전무에게 심각한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직도 김 전무가 본인을 태권도 감독 시절의 야전사령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태권도 지도자로서 최고의 성과를 내놓은 최고의 지도자이지만, 김 감독을 아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꼽는 단점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독하다', '양보할 줄 모른다', '독선적이다' 라는 평가다. 이러한 평가는 전장(戰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김 전무가 최고의 성적을 얻은 원동력일 수도 있다.

김 전무는 본인 스스로 "전쟁터의 장수에 용장(勇將), 맹장(猛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이 있다고 할 때 나는 덕장은 못 된다. 경기장을 전쟁터로 보기 때문에 덕을 베풀 여유는 없다. 나는 경기장에서 야전사령관에 가깝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좋다. 이해할 수 있다.

이기느냐, 지느냐만이 지고의 가치인 전장터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김 전무는 더 이상 야전사령관이 아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可以馬上得天下, 不可以馬上治天下)는 말이 있다.

김 전무는 야전 사령관 시절의 '감독 김세혁' 모습을 이제 다 털어버려야 한다.

어렵더라도 덕장德將) 김세혁으로서 탈바꿈해야 한다. 옷만 트레이닝복에서 정장으로 갈아입을 것이 아니라 행동도, 말투도, 마음가짐도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여간, 김 전무는 몇 몇 지방의 대회들을 돌면서 쉬운 말로 '인사'를 다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김 전무는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까먹는 행동과 언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편하고 걸러지지 않은 말투, 반말에 이은 적당한 욕설이 통하는 때와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한정된 것이다.

김 전무는 우선 그의 말투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전무이사를 하는 동안 만큼은, 제자나 후배를 만나더라도 선생, 선배로서의 대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도 그들의 선생이나 선배가 아니라,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라는 점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김 전무의 언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계속 전무이사로서 협회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면,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