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는 국기원 태권도연구소(이하 국기원연구소)가 주관하는 연구결과 발표회가 있었다.

국기원연구소가 지난 1년 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책임자인 연구소장이 10개월 이상 비어있고, 실질적으로는 상근 연구원이 한 명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최근에야 인원이 추가된 상황에서 국기원연구소가 그 동안 뭔가 주목할 만한 연구를 해왔을 것이라고 기대를 할 수는 없었다.

이날 발표 역시, 국기원연구소의 자체적인 연구성과물이 아닌 외부 연구자들에게 프로젝트 형식으로 주어져서 겨우 마련된 연구성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연구 성과물 또한 이미 기존에 있었던 성과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재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이날 주제로 다뤄졌던 '태권도의 원천기술', '태권도의 정신', '태권도 9대관' 등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발표회와 국기원연구소 자체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한다.

국기원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6년. 국기원 정관에 따라 "태권도 연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태권도의 기술과 이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유능한 태권도인을 육성함으로써 세계태권도본부로서 태권도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하여" 설립됐다.

그러나 설립 취재에 비해 연구소장의 열정적인 주도하에 책임있는 연구성과물을 내보였다는 평가는 받지 못해왔다. 형식적인 연구성과물을 통해 연구소의 존재만을 근근히 보여왔을 뿐이다.

17일의 발표회 역시, 해가 마무리 되기 전에 숙제를 하듯이 형식적인 발표회를 치러낸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날 발표된 주제들, 예를 들어, '태권도 원천기술', '태권도 정신' 등과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이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이나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저 발표회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준비된 만찬으로 발표회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날 발표회에서 들을만 했던 것은 그나마 토론자로 나섰던 계명대 송형석 교수의 말 정도가 있었을 뿐이며, 진정한 태권도인으로서 70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규현 사범의 실천에서 나온 말은 이날 발표회에서 나온 모든 말보다 나았다.

국기원이 태권도의 메카로서 자부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있는 태권도 연구소가 제 역할을 할 때에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기원 자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연구소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지금 국기원 원장, 부원장, 연수원장 같은 국기원의 책임자들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