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가 국제 태권도 대회에서 다시 한 번 굴욕을 당했다.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태권도 월드그랑프리 시리즈2' 대회에서 한국은 4체급에서 10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는데 그쳤다.

월드그랑프리 시리즈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회로, 세계랭킹 상위 랭커들에 참가하는 엘리트 대회다. 올림픽 출전자격이 WTF의 랭킹을 기준으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월드그랑프리에 배정된 랭킹 점수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에서 그랑프리 시리즈는 향후 태권도 경기의 흐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요한 그랑프리 대회에 한국은 단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이다. 한국 태권도는 이미 2013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도 '노 골드'의 수모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 태권도 경기력의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팀에게도 변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는 9월 말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 그랑프리대회에는 2진 선수들을 참가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경우, 1진과 2진의 수준이 차이를 논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점과 어찌 되었건 중요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었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여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국가 스포츠의 측면에서는 중요한 대회임이 분명하지만, 개별 스포츠의 측면에서 본다면,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인 아시아의 선수들만이 참가한다는 점에서, 이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 그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의 최고 척도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태권도 경기력에 대한 재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