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크로스 전자호구가 경기도협회장기 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간 경기도 포천의 대진대학교에서는 '경기도태권도협회장기 및 전국체전 제1차 선발전' 대회가 열렸다. 경기도태권도협회(회장 박윤국)에서는 이번 대회를 전자호구를 사용해 진행한다고 공문을 통해 지도자들에게 미리 알렸다. 사용될 전자호구는 KP&P 전자호구였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낯선 전자호구가 사용되고 있었다. 이른바 '아이크로스' 전자호구다.

아이크로스(대표 이달성) 전자호구는 올해 초부터 일부 지방협회의 대회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크로스 전자호구가 세계태권도연맹이나 대한태권도협회 어느 곳으부터도 공인을 받지 못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전자호구가 실제 태권도 대회에서 사용된 것이다.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에게 생소한 이 아이크로스 전자호구는 KP&P(대표 이인수) 전자호구의 기술을 개발한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이크로스와 KP&P 간에 갈등이 생겼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크로스가 자신들의 전자호구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태권도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크로스와 손잡은 것은 태권소프트(대표 구민관). 태권소프트는 국내외 주요 태권도 경기에서 전산 관련 대회 운영 업무를 맡아왔던 중견 회사다.

이에 따라 아이크로스에서는 기술을, 태권소프트에서는 대회 영업을 맡는 형식의 파트너십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대회 경기장에는 아이크로스 측 관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공식적인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전자호구가 실제 대회에서 사용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이번 대회에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자호구 자체의 기술력에서 문제가 있었다. 아이크로스 측에서는 KP&P와 같은 기술을 사용해 만들었으므로 똑같은 전자호구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보여진 아이크로스 전자호구는 KP&P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점은 실제 경기를 뛴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중 있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수 차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청과 홍의 득점이 정반대로 나온다거나, 득점 강도와 상이하게 수치가 표기되거나, 작동 미숙으로 경기가 지연되는 등의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아이크로스 측 관계자가 대회장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크로스의 파트너인 태권소프트 측 관계자들 만이 대회장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확인했다.

더욱 큰 문제는 경기도태권도협회에서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임원 A씨가 이번 아이크로스 전자호구의 도입에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협회 사업본부장의 입장에서 활동해야 할 A씨는 오히려 업체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경기도협회에서 전자호구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제기하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는 등 아이크로스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협회에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문에서는 분명히 KP&P를 사용한다고 했으면서도 아이크로스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 협회 측에서는 아이크로스 측이 제시한 금액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다른 용품도 아니고 전자호구를 사용함에 있어서 기술적인 면을 검토하지 않고 업체 측의 말, 또는 업체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 임원의 말만을 그대로 믿고 중요한 대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전자호구를 사용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는 몸통은 아이크로스, 전자호구 양말은 KP&P의 제품이 사용되는 등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번 아이크로스 전자호구의 등장과 관련해 관련 회사들 간에는 물밑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P&P에서는 아이크로스를 대상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태.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KP&P의 이인수 대표, 아이크로스의 이달성 대표, 태권소프트의 구민관 대표 3자 회동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