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스포츠 시사 상식이 되었다. 태권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유스올림픽선발전과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러한 한국 태권도의 부진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전자호구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는 국제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둘 때 마다, 전자호구 핑계를 대왔다.

그것은 사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전자호구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주로 사용해온 것과 국제 대회에서 사용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실력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일리있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대한태권도협회의 변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호구의 도입 이후로 한국 태권도의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런던올림픽 이전이다.

2012년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은 금메달 1개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역시나 전자호구가 그 가장 큰 핑계로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것이 되었건 그 전자호구에 적응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유독 한국만이 전자호구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태권도협회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가맹 단체로서 WTF의 주최 및 주관에 따르는 대회에 참가하는 한, 그 산하 단체인 대한태권도협회는 철저하게 WTF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따르고 싶지 않다면,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된다. 그 뿐이다.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 그 룰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태권도협회는, 자기식의 경기 규정으로 대표 선수를 선발해 놓고, 이 선수들이 다른 룰로 경기를 진행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주 변하고 있는 WTF의 경기 규정을 바로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가 정해놓은 별도의 경기 규정과 전자호구로 국가 대표를 선발하고, 이들을 WTF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참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규정이 다르고, 훈련했던 방식이 다르니,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지난 4월 10일과 11일에는 전북 무주에서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이 있었다. 이 대회에서 선발된 선수들은 WT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되지만, 이번 선발전에서도 여전히 WTF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는 대한태권도협회의 규정으로 치러졌다.

해외에서 국가대표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C감독의 소감은 이렇다.

"한 5년 만에 국내 대회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경기 양상이 국제대회와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네요. 전혀 다른 경기 같이 보여요. 제가 선수로 뛰던 때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물론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외국 선수들에 비해 크게 낫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신체 조건은 많이 뒤쳐지는 게 사실입니다."

C감독이 말하는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가 전혀 다른 경기처럼 보인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1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에서, 사소한 규정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적으로 가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당장 아집에 쌓인 스스로의 규정을 깨고 모든 면에서 세계태권도연맹의 규정을 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태권도의 국제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