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유일한 유스올림픽 출전권 획득 선수인 주동훈이 4강에서 대만의 후앙 유젠과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이 경기에서 주동훈은 5대 15로 패했다.

"사상 최악", "대패", "노 골드(Gold)".

최근 한국 태권도의 국제 대회 성적과 관련한 기사의 제목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문구들이다.

더 이상 나쁜 성적을 얻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이번엔 상상 이하의 결과에 태권도 관계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한국 태권도는 3월 20일과 21일 양일간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4난징유스올림픽 출전 자격 선발전에 6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단 1개의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하마터면 메달 자체를 구경도 하지 못할 뻔 했다. 앞으로 이 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이번 대회는 오는 8월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유스올림픽의 출전자격을 놓고 겨룬 대회다. 대회에서 7위권에만 들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6명의 선수 중 단 1명의 선수만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을 뿐이다. 유스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한국 선수는 단 1명에 그친다는 말이다. 6명 중 5명의 선수는 메달은 고사하고 출전권도 따내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회 첫 날, 한국은 3명의 선수가 출전해 모두 1회전이나 2회전에서 탈락했고, 둘째 날에서는 3명의 선수 가운데 남자 -55kg급의 주동훈(부산체고)만이 4강에 진출해 가까스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다.

경기의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에서도 형편없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의 일부 선수들은 10대 0, 17대 5, 15대 5 등의 큰 점수차로 패배했다.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와 산하단체인 한국중고태권도연맹(회장 이철주)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까지 하다.

이번 대회에 코치 등의 자격으로 참가한 해외의 한국인 태권도 지도자들은 한국 태권도가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제 태권도의 경기는 최근 수 년간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자신들만의 테두리 안에 갇혀 세상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만 하더라도 대회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개정된 경기 규칙이 적용됐지만, 한국의 태권도 관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조차가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저조한 대회 결과가 나올 때 마다 경기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스올림픽선발전은 끝났지만, 이틀 후인 2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WTF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한국은 국내 선발전에서 2위를 한 선수들을 유스올림픽 선발전에, 1위를 한 선수들을 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시켰다.

주니어선수권대회의 결과는 과연 얼마나 다를 지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타이베이=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