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스포츠의 대명사격인 바둑의 2014년 1월 기준 한국랭킹의 1위와 2위는 박정환 9단과 김지석 9단이다.

둘의 나이는 각각 21세와 25세. 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바둑의 고수라고 하면, 바둑의 기술에 인생의 경험과 깊이를 더한 백발의 고수를 떠올리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약관의 젊은이가 한국 최고의 바둑 고수인 것이다.

한때 한국을 넘어 세계바둑계를 제패했던 이창호 9단의 랭킹은 16위. 올해 마흔이 되었으니, 천재의 재능에 원숙함을 더해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해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두뇌스포츠의 사정이 이러한데, 몸으로 하는 스포츠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바둑의 경우 나이를 먹어서 오히려 절정의 기량을 발휘했던 일본의 사카다 에이오, 후지사와 슈코 같은 기사들이 없지 않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간 인물이 다시 되돌아와서 정상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잠깐 반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렇다면, 실력이 예전만 같지 못한 이창호 9단은 이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바둑이 승부를 가르는 것이 목적인 스포츠이기만 하다면 그래야 할 지 모른다. 그러나 바둑이 기(技)에 그치지 않고, 예(藝)와 도(道)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바둑의 은퇴는 없는 것이다.

무술의 세계도 이와 비슷하다. 승부를 가려서 우열을 나타내기 위한 것만이 목적이라면 평생 동안 무술을 수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세상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태권도를 10년 한 사람과 50년 한 사람이 대결을 한다면, 필자는 10년 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에 내기를 걸겠다. 10년 한 사람은 2~30대일 것이고, 50년 한 사람은 6~70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무술의 분야에서 6~70대의 초절정 고수란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평생에 걸쳐 수련한다는 것은 그 목적이 단순하게 더 강해지거나 남을 이기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무도(武道)란, 무술의 길(the way of martial arts)란 이런 것을 말한다.

<인사이드태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