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국기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이규형 원장이 사표를 냈다는 소문은 2014년 새해 벽두부터 국기원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규형 원장이 1월 2일 열린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기원 측에서는 이규형 원장의 사퇴설과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이규형 원장의 사퇴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져 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규형 원장은 1월 4일 <태권도 가족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태권도 언론 관계자들에게 보내서 자신의 사퇴를 확인했다.

A4용지 3장 분량의 짧지 않은 글을 통해 이규형 원장은 자신이 국기원장을 사퇴한 이유에 대해서 밝혔다.

이 글에 따르면 이규형 원장이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장직무대행을 맡은 시기에 일부 인사들이 특정인사 한 사람을 위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규정 개정을 위한 운영위원회 개최를 집요하게 요구에 반대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주장하는 측과 갈등을 빚었다.

둘째, 일부 인사들이 국기원 2명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이를 주장하는 측과 갈등을 빚었다.

셋째, 노순명 이사를 행정부원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이사장과의 갈등과 협의를 거친 끝에 결국 노순명 이사를 행정부원장에 임명할 수 있었으나, 임기가 만료된 노순명 행정부원장의 재신임과 관련해 일부 이사들이 표결을 주장하며 연임에 반대 의사를 보였고, 결국 노순명 부원장이 사퇴하게 되었다.

넷째, 노순명 행정부원장이 사퇴한 후 새로운 행정부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현 이사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사를 이사장에게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규형 원장이 국기원을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마지막 네번째 이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규형 원장이 직접 "제가 추천한 후보가 행정부원장으로 임명되지 않는다면 국기원을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자신이 없고, 더 이상 원장 직에 머무르는 것은 국기원의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제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하며 저와 뜻이 다른 행정부원장과 일하는 것이 저의 양심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2013년 12월 31일 사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형 원장은 지난 해 8월 19일 국기원 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되면서부터 실질적으로 국기원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10월 27일 정식으로 국기원장으로 추대되며 태권도계의 가장 영예롭다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원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일부 이사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 와중에 현직 이사가 국기원장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고, 수 차례 사표설 속에서 실제로 사표 제출을 배수진으로해서 국기원장 직을 수행해 왔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규형 원장은 겸손한 성품과 함께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정통 태권도인으로서 도복을 입고 직접 지도하는 '사범들의 사범'으로서 많은 국내외 태권도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지나치게 겸손한 성품이 많은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 국기원을 이끌어 가기에는 부적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국기원 내부와 외부의 반대자들과 홀로 맞서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국기원의 2014년 새해가 원만하지만은 않을 것임이 이번 이규형 원장의 사퇴를 통해 분명하게 예고되고 있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