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가 도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의욕적으로 발간한 책 200부를 회수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KTA는 지난 달 <태권도실전손기술>(엄재영, 안재로, 정인철 공저)을 발간했다. KTA는 이 책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책의 홍보에 나섰었다.

그런데, 서문과 관련된 문제가 지적되자, 책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책은 대한태권도협회가 일선 태권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고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손기술'에 관련된 부분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태권도가 품새에서는 손기술이 발기술보다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되어가고 있는 손기술을 복원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것이 이 책이라는 것이 대한태권도협회의 설명이다.

좋은 취지로 좋은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을 회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서문과 관련되어 문제를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크게 3종류의 서문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김태환 회장의 '추천사', 둘째는 KTA 도장지원분과의 이종천 연구원의 '서문', 셋째는 이 책의 실제 저자의 말이라고 할 수 있는 '들어가면서'라는 글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이 책의 저자도 아니고, 이 책을 펴낸 KTA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종천 연구원의 글이 서문으로 들어가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실질적인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들어가면서'라는 제목의 글에는 정작 저자의 이름이 빠져있었던 것. 이 글은 이 책의 대표저자라고 할 수 있는 엄재영 사범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협회가 일선 도장의 교재로서 펴낸 책이 기본적인 형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자 김세혁 KTA 전무는 "확인해보니, 인쇄과정에서 출판사 측의 오류가 있었다. 전량을 회수해 파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문제가 출판사 측에 있는 것으로 돌렸지만, 이번 문제를 지적한 사람들은 협회 직원인 연구원의 공명심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서문을 쓴 이종천 연구원은 발간된 서문에 대해 잘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출판사 측에서도 실수를 인정해 이미 배포한 책은 가능한 한 회수하고, 다음에 찍을 때는 오류를 수정해서 찍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에 따르면 책의 초판은 1천부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책의 한 부 가격은 29,000원.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3천만원에 가까운 손해가 부주의한 잘못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해프닝 덕에 역설적으로 책의 홍보에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상황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