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이사회가 열렸던 9월 25일 오후, 태권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권도 국기원 60대 이사장 공금 횡령 영장", "재단법인 세계태권도 국기원 이사장 횡령혐의 입건" 등의 제목의 기사들이었다.

기사의 내용은 "재단법인 세계태권도 국기원 이사장이 의료기관을 개설해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것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오보가 아닌 한, 태권도 본부인 국기원의 이사장인 홍문종 이사장에 대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기사의 주인공은 홍문종 이사장이 아니라 수 년 전 사이비 국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재단법인 세계태권도국기원'의 박 모씨다.

박 씨는 지난 2006년 5월 22일 '세계태권도 국기원'이라는 이름으로 재단법인 설립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기원은 특수법인으로 전환되기 이전이었고 (재단법인)국기원이라는 법인명을 가지고 있었다. 박 씨는 국기원 앞에 '세계태권도'라는 이름을 추가하는 편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경상남도)로부터 법인 인가를 받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후 서울 역삼동의 진짜 국기원은 박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구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고 2010년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재단법인 국기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짝퉁 국기원인 재단법인 세계태권도 국기원이 서대문에 사무실을 내고 알게 모르게 활동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박 씨는 지난 2007년에도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태권도연수생으로 둔갑시켜 국내에 불법으로 입국시키고 억대의 금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 또 다시 박 씨가 구속되면서 짝퉁 국기원이 진짜 국기원의 명예를 훼손한 꼴이 됐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