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정 사범이 경기장에 소화기를 뿌린 후 경기장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할 한국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경기장에 소화기가 뿌려져 경기가 1시간 가량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8회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 이틀 째인 9월 8일 오전 10시 40분 경, 경기가 열리던 무주국민체육센터 경기장에는 갑자기 하얀 분말 소화기 가루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한 켠에서 시작된 소화가루는 경기장 중앙 가운데로까지 퍼져나갔고, 모든 경기는 중단됐다.

소화기를 뿌린 사람은 홍희정 사범. 홍 사범은 지난 해 열린 제7회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현역 품새 선수다.

홍 사범이 소화가루를 뿌리며 경기를 중단시키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건 하루 전인 7일, 홍 사범은 자신이 코치로 참가한 남자 17세 이하 경기에서 자신이 지도한 선수의 경기 판정에 이의 표시하고 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청은 기각됐다.

소청이 기각되자, 홍 사범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경기장 내에서 작은 소란을 일으켰다. 항의는 격렬하게 이어지지 않았기에 더 이상의 마찰은 없었지만, 홍 사범은 심판들 및 집행부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8일에는 자신이 직접 여자 39세 이하 부문에 선수로 참가할 예정이었기에, 홍 사범의 경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8일 오전 열린 자신의 경기에서 홍 사범은 8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경기 후 홍 사범은 2층 복도에서 1차로 소화기를 분사한 후 이어 1층 경기장으로 내려와 경기장에 소화기를 뿌린 것이다.

소화기 분말이 경기장 일부를 덮어 중단됐던 경기는 1시간이 지나서야 속개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홍 사범은 경기장 바깥에서 자신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현했고, 김세혁 전무를 중심으로 한 집행부는 홍 사범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까지 가졌다.

대회가 끝난 후 홍 사범은 징계와는 별도로 공개 사과를 하기로 합의했고, 경기 중간에 홍 사범은 경기장 중앙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사과 발언에서도 홍 사범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품새 전문가들은 홍 사범의 행동이 극단적이고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홍 사범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현재 품새 경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판정에 대한 불만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판정의 70%를 차지하는 '숙련도'에 대한 평가가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30%를 차지하는 '정확도'의 경우, 점수를 수치화해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숙련도에 대해서는 그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심판 개개인의 견해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품새 경기화에 대한 문제 해결에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중점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