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유러피언게임에서 배제됐다. 유러피언게임은 유럽올림픽위원회(EOC)가 주최하는 국제멀티스포츠대회 중 하나로 아시안게임, 팬암게임 등과 같은 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에 제1회 대회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던 유러피언게임은 2019년 6월 제2회 대회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태권도는 빠진 상태다. 태권도의 라이벌로 꼽히는 가라테는 포함됐다. 2015년 제1회 대회에서는 태권도와 가라테가 모두 포함됐었다.

▲ 2015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던 제1회 유러피언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에 가라테가 포함된 이후,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의 위상에 가라테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유러피언게임에서 내려진 결정은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사 종목들 중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종목을 올림픽 종목으로 인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흡사한 종목 중 하나로 평가되는 태권도와 가라테의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IOC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럽올림픽위원회가 주최하는 유러피언게임에서 태권도가 배제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무주에서 열렸던 세계태권도연맹 총회에서 5선에 성공한 WTF 조정원 총재는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가라테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태권도와 가라테의 경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태권도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권도가 앞으로도 더욱 대중 친화적인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 위상 강화를 위해 힘을 기울여 온 조정원 총재는 패럴림픽과 같은 올림픽 이외의 중요한 멀티스포츠 대회에서 태권도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5선에 성공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그리스 로도스섬에서 열렸던 비치태권도대회의 경우, 대회 개최 전부터 선정성 등의 문제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태권도연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유도 2018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월드비치게임에 태권도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정작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유러피언게임에서는 태권도가 배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의 스위스 로잔 사무국의 로제 피아룰리 사무국장은 "현재로서는 태권도가 벨라루스 유러피언게임에서 배제된 것이 사실이다. WTF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태권도가 유러피언게임에 다시 포함될 수 있도록 추진을 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확인했다. 로제 피아룰리 사무국장은 프랑스태권도협회장 출신으로 유럽태권도 상황에 대해 정통한 인물이다.

이러한 피아룰리 사무국장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한 번 배제된 태권도가 다시 벨라루스 유러피언게임에 포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우선 이 대회 개최지인 벨라루스태권도협회가 그 동안 세계태권도연맹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지 않았고 벨라루스체육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최근 품새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됐던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품새 추가에 사실상 실패를 맛봤다. 가라테의 품새라고 할 수 있는 가타는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도쿄올림픽에 한 해 앞서 열리는 2019유러피언게임에서 태권도의 배제되면서 앞으로 좋건 싫건 본격적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비교를 당하지 않을 수 없는 태권도와 가라테의 초반 대결에서 태권도가 가라테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