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신 제28대 대한태권도협회장(왼쪽)과 이승완 제27대 대한태권도협회장

최창신 현 대한태권도협회장과 이승완 전 대한태권도협회장. 두 사람은 50년이 넘는 세월을 알아온 사이다. 고향(전북 전주)이 같고 태권도를 통해 인연이 더욱 깊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멀지 않은 한 때는 같은 회사(태권도신문)에서 각각 고문과 회장으로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도 있다. 나이는 이승완 회장이 5살 더 많아 서로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런데 50년이 넘는 우정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제28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맞붙었기 때문이다.

최창신 회장이 회장선거에 나온다는 말이 돌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그 배경에 이승완 회장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매우 의외였다. 이승완 회장과 최창신 회장의 관계는 태권도계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각별한 것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창신 회장의 출마는 이승완 회장과는 관계없는 독자적인 판단이었다. 처음 이 소문을 들었을 때, 이승완 회장도 믿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과 상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창신 회장은 주사위를 던졌고, 이승완 회장도 물러날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반 백년을 알아온 두 선후배는 선거판에서 맞붙었다. 출마한 후보는 세 사람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사람의 양자 대결이었다. 사람들은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 아니, 어쩌면 이승완 회장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지 모른다. 그 만큼 최창신 회장의 저력은 드러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20표를 넘는 최창신 회장의 압승.

선거의 결과에 따라 패자는 치명상을 입고 태권도계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승완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선거 후 이승완 회장은 최창신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소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창신 회장은 특정 사업에 관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 사건을 미리부터 자세하게 파헤친 사람이 바로 이승완 회장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만큼 이승완 회장은 건재를 과시했다.

얼마 전 광화문에서 열렸던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D-100일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도 이승완 회장은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히려 이 행사에 당연히 참가할 것으로 기대됐던 최창신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껄끄러운 이승완 회장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선거가 있었던 작년 11월 28일 이후 100일이 넘어 지났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 이승완 회장은 그 점에 대해 서운함을 넘어선 불쾌함을 가지고 있다. 최창신 회장은 당선 직후 밝힌 소감에서 “승완이 형, 고맙습니다”라고 마무리 지었었다. 그런 최 회장이, 왜 사적으로 이승완 회장에게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을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다. 이승완 회장은 최창신 회장의 협회 운영의 문제점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다.

여기서 터져나온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은 최 회장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최창신 회장이 협회 고위 직원을 이승완 회장에게 보냈다. 일종의 특사인 셈이다. 이 특사를 통해 최 회장은 이 회장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고 협회 운영을 위한 협력을 부탁한 것을 전해졌다.

그러나 이승완 회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미 늦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곳까지 와버렸다”는 것이다.

기자는 두 “회장님”들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만큼 두 사람과 어느 정도 가깝다면 가깝고 알만큼은 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맞붙었던 선거와 그 이후의 과정,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사람의 50년을 넘긴 인간 관계다. 두 사람의 관계가 마지막의 극적인 타협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적어보인다.

단단한 것처럼 보이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가를 눈 앞에서 확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