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가 2022년 첫 번째 이사회를 앞두고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석한 현 회장과 임윤택 상임고문 간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은 지난 해 12월 10일에 있었던 정책자문회의장에서였다. 이날 회의에서 인사말에 나선 임윤택 고문은 의례적인 인사말은 제쳐두고 회의에 참석한 부회장, 구협회장 등을 앞에두고 막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말로 욕설이 포함된 임윤택 회장 말의 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부회장 들 중에서 내 덕을 안 보고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날 자리에 있었던 한 구협회장은 "나 뿐만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대다수는 모욕감을 느꼈다. 아무리 과거에 협회장을 했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그렇게 대놓고 막말을 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자기 손안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를 비롯한 구협회장들과 부회장들은 이번 일은 도저히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의견을 모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 강석한 회장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회장에 당선되고 난 후 무엇보다 협회의 화합을 첫 번째로 모토로 삼았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지난 몇 년 동안 관리단체 등을 거치면서 정상적인 협회의 기능을 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잘못된 행정이라고 지적받은 내용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의 잘잘못만을 따지기에 앞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기에 협회로서 제대로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보고 협회의 기능 정상화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협회 상임고문이 마치 '상왕'처럼 협회 행정에 관여하려하고 공식적인 회의에서 막말을 일삼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강석한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회장

강석한 회장이 서울시회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해 1월 8일이다. 그러나 1월 28일 서울시체육회는 서울시태권도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강석한 회장의 입장에서는 전임 집행부 시절에 있었던 문제들에 대한 지적 때문에 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어 정식으로 당선된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법원에 관리단체 지정 효력 정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서울시체육회의 서울시태권도협회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서울시태권도협회는 관리단체에서 해제됐다.

이에 따라 강석한 회장은 6월 18일 회장으로서 인준을 받고 정식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식 임기를 시작한 강석한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로 당선된 정당한 회장으로서 역할을 어떻게 발휘할 것이냐는 점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태권도협회가 특정인, 즉 임윤택 상임고문의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어떻게 떨쳐버리느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강석한 회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협회 내부 구조의 개선이었다. 불필요하거나 과다하다고 생각되는 협회 행정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협회를 운영하겠다는 의지였다. 이것이 드러난 것이 지난 10월 두 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의 형식으로 정리한 일이었다. 당시 이들 퇴직 직원에게 주어진 위로금을 포함한 퇴직금이 태권도계의 정서에 비추어볼 때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강석한 회장은 '협회의 운영을 길게 볼 때, 당장은 출혈이 크지만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었다. 그 만큼 서울시태권도협회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30일 예산위원회. 강석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협회 직원들의 급여는 동결하고 코로나로 어려운 일선 도장에게 조금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구협회에 대한 지원금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과 상근부회장의 반발이 있었다. 회의 전에 올라온 예산 안에는 직원들의 급여와 상근부회장에 대한 급여가 지나치게 인상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강 회장은 이러한 인상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설득하여 인상안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강석한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임윤택 상임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고 무마하느냐에 앞으로 서울시태권도협회의 방향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러한 개혁과 반동의 갈림길의 향방이 1월 18일 이사회에서 갈리게 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개혁(改革)이냐, 아니면 다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동(反動)으로 가느냐. 대한민국태권도협회의 중심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