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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기원 5•30 똥물테러, 왜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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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3  08: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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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태권도의 본부라는 국기원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똥물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국기원 이사회가 막 열리려던 참에 태권도 시민단체 대표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태권도인이 난입해 폭언과 함께 회의를 중단시키고, 쓰레기를 던지며 심지어는 똥물이 담긴 물통까지 던진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똥물이 담긴 물통이었다.

다행히 물통은 터지지 않았고 똥물 테러는 불발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은 똥물이 담겨있는 물통의 봉합을 해제하려 했고, 실재로 바닥에 던졌다. 흥분한 탓에 봉합 해제가 덜 된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봉합이 조금만 더 느슨했더라도 국기원 회의실은 똥물 범벅이 될 뻔 했다. 물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똥물이 튀는 일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패에 그쳤지만, 하마터면 전 세계 태권도의 본부라는 국기원에 똥냄새가 진동할 뻔한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일을 벌인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김덕근(가운데)씨와 홍상용(오른쪽)씨가 국기원 이사회 진행을 막아서고 있다. 책상 위에 이들이 가져온 똥물이 담긴 물통과 쓰레기가 담긴 봉투가 보인다.
사건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5월 30일 국기원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번 이사회는 2010년 5월 특수법인으로 새 출발했던 국기원의 제2기 이사들이 첫 번째 회의를 갖는 자리였다.

이들 2기 이사들 14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규석(태권도인), 김명수(태권도인), 김춘근(태권도인), 박윤국(경기도태권도협회장), 정만순(충북도태권도협회장), 한국선(대구시태권도협회장), 노순명(인천시태권도협회 부회장), 김성태(전 부산시태권도협회장), 이규형(계명대 교수), 임신자(경희대 교수), 오지철(TV조선 대표이사), 최재성(스포츠조선 편집국장), 김세혁(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문대성(IOC위원 겸 국회의원).

이들 중 당연직으로 합류한 김세혁 이사, 새롭게 선출된 문대성 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제1기 이사진에서 연임된 사람들이다.

이 날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이사장 선출이었다. 현재 국기원은 이사장과 원장, 부원장, 연수원장이 모두 임기가 만료되어 공석인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누구를 이사장으로 뽑을 것이냐. 이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원장이 결정된다. 국기원 정관(제8조)에 따르면 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사장을 승인하는 권한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있다. 국기원이 태권도특별법에 따라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일이다. 따라서 현재 국기원은 한국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태권도의 본부인 국기원을 정치인 등의 유력인사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태권도인들 역시 정치적인 동력없이 국기원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국기원 내부와 외부에서는 이사장과 원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일부 태권도인과 유력 인사들 간의 짝짓기가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했던 안상수 의원, 현 새누리당의원인 안홍준 의원 등이 이사장을 전제로 국기원 이사 후보로까지 올랐으나, 각 파벌의 이해가 워낙 치열하게 엇갈린 탓에 이사장은 커녕 이사로도 선출되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유력인사+태권도인의 조합은 세 개 정도의 그룹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워낙 시시각각 시류에 따른 변화가 크기 때문에 고정적인 것도 아닌 상황이다. 큰 뜻을 같이 하는 동지라기 보다는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적만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 이 날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오지철 이사.
이 와중에 이사회를 바로 앞둔 상황에서 이들 오월동주 그룹들에게 급보가 전해졌다. 오지철 이사가 이사장으로 추대될 것이라는 정보였다. 오지철 이사는 현재 TV조선 사장을 맡고 있으며 문화관광부 차관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오지철 이사는 특수법인 국기원의 제1기 이사로 임명됐지만 국기원 이사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근 열렸던 수 차례의 이사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지철 이사가 이사장에 추대되기로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30일 선출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사회를 물리적으로라도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날 똥물 테러의 주인공들이다. 그 주인공은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의 대표 김덕근 씨와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의 대표 홍상용 씨 두 사람이다.

이들은 각각 태권도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이 단체들이 과연 단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아무튼 이들은 이사회장에 난입해 오지철 이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오 이사를 규탄했다.

오지철 이사는 폭언을 들어야 했고 그 날의 상황을 볼 때 더 큰 봉변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으나 다행히 회의장을 큰 탈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이사회는 무산됐다.

   
▲ 한 바탕 난동이 끝난 후 이사회장이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이들 자칭 태권도시민단체 대표들과 다른 일부 이사들 및 국기원 직원들 간에는 시비가 일어났다. 이들 자칭 대표들은 남은 이사들을 회의장에서 못 나가게 했고 이에 반발하는 문대성 이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 되고 만 것이다.

이들 '시민단체' 대표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이날 이사회에서 오지철 이사가 이사장이 되려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현재 국기원 이사장과 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것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름에는 WTF 총재 선거에 출마한 홍문종 의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날의 주역인 '태권도시민단체' 대표들은 '이사회 무산'이라는 소기의 목적만큼은 달성했다.

그러나 법적인 처벌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기원이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이들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누가 국기원 이사장이 될 것인가? 다음 번 국기원 이사회는 6월 11일 열린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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