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를렌 아르느와가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후 프랑스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2012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프랑스의 태권도 선수가 코치와 팀 지도자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고, 국적을 위해 위장 결혼까지 강요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마를렌 아르느와(Marlene Harnois). 아르느와는 2012런던올림픽 여자 -57kg급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 2011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냈고, 유럽태권도선수권대회를 두 차례나 석권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둬온 프랑스 태권도의 대표 선수다.

▲ 런던올림픽 여자 -57kg급 메달리스트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마를렌 아르느와.

이 아르느와가 AFP와의 인터뷰에서 8년 간 자신의 코치를 맡았던 미리암 바베렐(Myriam Baverel)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모욕하고 굴욕감을 주는 폭언을 했으며 심지어는 때리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느와는 이러한 바베렐 코치의 행동이 프랑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인 필립 부에도(Philippe Bouedo)의 묵인 하에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이들로부터 위장 결혼까지 강요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키웠다.

아르느와는 "그들은 '프랑스에 머물기 위해서는 위장 결혼을 해라, 아니면 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느와는 2006년 로랑 노발과 결혼해 2008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고 2009년 이혼했다.

아르느와는 원래 프랑스가 아닌 캐나다 출신이다. 198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아르느와는 19살 때 캐나다를 떠나 프랑스에 왔다. 프랑스로 온 이유에 대해 아르느와는 "캐나다에서는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올림픽 동메달이 확정된 후 미리암 바베렐이 아르느와를 껴안고 있다.

아르느와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미리암 바베렐은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프랑스대표팀 코치를 맡아왔으며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집행위원에까지 오른 프랑스 태권도의 얼굴 같은 인물이다.

필립 부에도는 직책은 프랑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태권도협회에서 회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게다가 세계태권도연맹의 경기위원장까지 맡고 있어 프랑스, 유럽을 넘어 세계태권도계에까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느와가 코치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프랑스대표팀을 떠난 다른 선수도 동조하고 나섰다.

팀 동료였던 마에바 쿠탕(Maeva Coutant)은 "아르느와에 대한 바베렐의 대우는 끔찍했다. 바베렐이 아르느와의 뒤통수를 손으로 치는 것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해 아르느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르느와의 전 남편인 로랑 노발도 위장 결혼을 인정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 결혼은 위장 결혼이었다. 아르느와가 캐나다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아르느와의 코치였던 바베렐은 "내가 그녀 뿐만 아니라 나의 선수들에게 엄하게 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세부적인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들인지 그 전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위장 결혼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 2011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필립 부에도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필립 부에도도 아르느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녀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올림픽 이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주장들은 증거가 없다. 그녀가 이러한 주장들을 하는 것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부에도는 프랑스체육회로부터 소환 명령을 받은 상태다.

프랑스는 유럽 태권도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여자부에서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등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불어권 국가들의 모임인 프랑코포니의 종주국으로서 태권도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프랑스 태권도계는 물론이고 세계태권도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