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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섭 국기원장이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방안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지난 12월 16일,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방안 포럼’이 용인대학교 무도대학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국기원 산하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위원회’가 주최했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 행사로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자 ‘국기’인 태권도를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1부 태권도가 걸어온 길, 2부 태권도의 등재 절차 및 전략, 3부 종합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그런데 당초 준비과정에서 1부 발제자로 내정되었던 사람이 실제 행사에서는 국기원연구소장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발제자의 교체는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교체 이유가 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당초 1부 발제자로 준비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중견 태권도 전문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태권박스 미디어 서성원 기자였다. 서 기자는 20년이 넘는 태권도 전문기자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태권도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태권도 전문기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서성원 기자가 이동섭 국기원장을 비판한 기사가 문제가 되어 이동섭 국기원장이 서 기자가 이번 행사에서 발제를 하는 것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결국 발제자는 서성원 기자에서 박종범 국기원연구소장으로 교체되어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문제가 된 기사는 <“이동섭 원장님, 자기 자랑 그만 하시죠.”>라는 제목의 기자수첩 형식의 기사였다.
기사는 12월 3일 한국체육대학교 합동강의실에서 열렸던 아시아태권도연맹(ATU) 기술심의회 위촉식 및 종무식에 특강 강연자로 참석한 이동섭 원장이 3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국기원장으로서의 치적과 공적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것에 대해 비판이었다.
기사가 제목부터 다소 도발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이동섭 국기원장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내용이었다. 그 만큼 이동섭 국기원장의 자기 자랑, 자화자찬은 악명이 높다.
기자 역시 이동섭 국기원장의 자화자찬에 신물이 난 사람 중 하나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국기원을 통해 이동섭 국기원장과 단독 오찬 제의가 있었는데, 국기원장과 점심 한끼 나누면서 태권도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하면서도 한 가지 걱정을 전달했다. 오찬 중에 이동섭 국기원장께서 또 예의 그 자화자찬을 계속 하실 것 같으면, 기자도 그 자화자찬을 들어드리는 인내심에 한계가 올 것 같다는 말을 넌지시 전달한 것이다. 다행히 이동섭 원장은 기자와의 오찬에서 자기 자랑을 하지 않았고 별 탈없이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이동섭 원장은 현 태권도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전 세계 태권도의 본부를 자부하는 국기원의 수장인 것이다. 그 만큼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천근 같은 책임의 무게가 뒤따라야 한다.
이동섭 원장은 또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동섭 원장의 많은 장점 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강력한 추진력이다. 이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기 태권도의 법제화를 이루어냈고, 압도적인 지지로 국기원장 당선과 재선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우선, 악명 높은 예의 그 자기자랑, 자화자찬은 서성원 기자가 지적했으니 제쳐논다 치더라도, 딱 두가지는 지적해 두겠다.
하나는 지도자로서의 품격이고 또 하나는 추진력을 보완할 수 있는 통찰력이다.
이동섭 원장은 전 세계 태권도의 본부라고 자부하는 국기원의 수장이다. 그러면 그에 걸맞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국기원장 선거에서 설령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선거가 끝난 마당에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해서 적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짐작이 다 맞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승자는 승자로서의 아량이 있어야 하고, 리더는 리더로서의 도량이 있어야 한다. 이동섭 원장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또 하나, 이동섭 원장의 가장 큰 장점인 저돌적인 추진력은, 양날의 칼과 같다. 지나친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우유부단의 상징이라면, 지나치게 앞뒤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일처리는 ‘저돌(豬突)’이라는 말처럼 멧돼지가 무조건 돌진하는 것과 같은 위험성 또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동섭 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일부 국기원 사업은 멧돼지의 돌격을 보는 것처럼 위태롭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이동섭 원장은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지고 계신다. 경찰공무원, 국회의원 등의 경험을 통해 많은 기자들을 상대해 보셨을 것이다. 기자가 비판정신이 없으면 그것은 기자가 아니다. 기사가 잘못됐으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탕으로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와 언론사에게는 법적인 대응을 하면 된다. 일부 쓴소리를 했다고 해서, 치졸하게 소심한 복수를 하신다면, 그것은 국기원장으로서의 격에 걸맞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동섭 국기원장에게 국기원장으로서의 대국적인 품격을 기대한다. 그 기대가 아직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