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남 마사회장(왼쪽)과 이동섭 국기원장

지난 4월 13일,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이 측근을 마사회 간부로 채용하려다가 이를 반대하는 내부직원에게 폭언과 폭설을 한 사실이 SBS의 보도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여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우남 회장은 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특채하려고 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 상급기관인 농식품부의 의견을 토대로 내부 직원이 만류하는 의견을 보이자 여기에 분노한 김 회장이 해당 직원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회장은 "정부지침이든 나발이든 이 XX야 법적 근거는 저 마사회법이 우선이지, XX야. 내가 책임질 일이지 니가 방해할 일은 아니잖아. 나쁜 XX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더욱이 김우남 회장은 10년 전 국회의원이던 시절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광원 마사회장에게 "(김광원 회장의 측근이 경영자문으로 상근하고 있는데) 위촉은 할 수 있지만 월급 주라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 월 500만원씩 주고 말이야, 도대체 이거... 이 사람에게 김광원 회장이 자문 얻을 게 있나? 회장이 자문을 받을 내용이 없다. 이런 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똑같은 행동을 김우남 회장이 지시했다가 직원이 반대하자 폭언을 퍼부었고, 결국 해당 측근을 비서실장 대신 월 700만원 급여를 받는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은 미리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직언했으나 김우남 회장은 이 같은 직원의 직언을 폭언으로 무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와대가 감찰에 나섰고, 김우남 회장은 폭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감찰 결과에 따라 그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김우남 회장이 마사회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3월 4일. 김 회장은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마사회 김우남 회장이 보여준 것과 거의 흡사한 상황을 태권도계에서도 접하고 있다. 바로 국기원 이동섭 원장이다.

이동섭 원장은 지난 4월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2주 전인 3월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노원구 유세에 '국민의힘 노원을 당협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적극적인 선거 유세 활동을 벌여 논란을 빚었다.

국기원 정관에는 분명하게 ‘임원은 국기원 업무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이동섭 원장 역시 본인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근본 취지를 더욱 확실하게 지키자는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고 그 통과를 주도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동섭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앞으로 1년 후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은 체육단체장을 겸직하지 못하게 되며, 정치와 체육의 독립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자랑스럽게 자평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전 세계 태권도의 본부라고 자부하는 국기원의 수장인 국기원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활동을 했으며, 더욱이 현재까지 해당 정당의 당협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동섭 국기원장은 최근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노원을 당협위원장'의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국기원장과 당협위원장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이동섭 원장은 정말 국기원장과 당협위원장의 자리를 끝까지 함께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것일까?

기자는 이미 지난 기사에서 이동섭 원장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이동섭 원장은 국기원장인가, 국회의원인가?"( http://www.insidetkd.com/news/articleView.html?idxno=1636)

그런데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동섭 원장은 국기원장을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국기원장과 당협위원장을 하다가 다시 선거철이 되면 국회의원에 도전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기원장이라는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경력 중 거쳐가는 자리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