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화요일. 국기원 사무국 한 부서에서는 작지 않은 소동이 하나 있었다. 국기원 사무실의 한 부서에서 본부장급 직원과 해당 부서 소속 직원들 간에 언쟁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한 직원이 화분을 들어올리다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

사건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린다'라는 한 여성 태권도인을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우선 개괄적으로 파악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면 이렇다.

1. 이동섭 국기원장이 해외의 추천을 받아 '린다'라는 이름의 외국의 한 여성 태권도인을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 관련 부서 본부장 A씨는 이러한 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실무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부서 내의 팀장급 직원 B씨와 실무직원인 여직원 C씨 등은 홍보대사로 추천된 린다가 국기원 홍보대사를 맡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홍보 부서에서도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3. 실무 직원과 홍보 부서에서 반대 의견을 보이자 본부장 A씨는 이러한 내용을 이동섭 국기원장에게 보고했으나 이동섭 원장은 이 여성을 본인도 알고 있으며 해외에서 추천이 들어왔으니 재차 그대로 홍보대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다.

4. 사건이 발생한 화요일 오후, 본부장 A씨는 국기원장의 업무지시에 따라 린다에 대한 홍보대사 임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여직원 C씨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고, 부하 직원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감정적으로 격해진 본부장 A씨는 여직원 C씨를 향해 고성과 욕설에 가까운 폭언을 내뱉었다. 이 과정에서 역시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에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던 팀장 B씨가 본부장 A씨와의 언쟁에 합세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화분을 들어올리다가 화분이 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동섭 국기원장은 국기원 실무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린다를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하려고 했을까? 그리고 직원들은 왜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에 반대했을까? 그리고 린다를 홍보대사로 추천한 인물은 누구인가?

이번 문제에 거론된 린다라는 여성은 아시아계 호주 국적의 태권도인으로 태권도계에서 품새 선수 및 심판 등으로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주로 오세아니아태권도연맹, 세계태권도연맹에서 활동을 해왔으며, 오세아니아태권도연맹 품새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권도인으로서의 경력은 인정될 수 있지만, 국기원 홍보대사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의 유명인으로서의 인지도가 있거나, 국기원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라면 모를까, 굳이 이 여성 태권도인을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이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을 반대한 이유도 이러한 사실에 근거한다. 게다가, 국기원장이 특별한 인지도가 없는 여성을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한다? 뭔가 데자뷰(deja vu)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오현득 국기원장 시절에 태권도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 한국계 중국인 여성 태권도인을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하면서 구설수와 의혹에 대상이 되었던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를 볼 때, 국기원 직원들이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적절한 상황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부장 A씨는 재차 국기원장의 지시라는 명분으로 린다의 홍보대사 임명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질책하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A본부장, B팀장, C여직원 간에 감정적 갈등이 폭발한 것이 이번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여성을 굳이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도대체 누가 린다를 국기원 홍보대사로 추천했을까?

이 의문에 대해 본부장 A씨는 홍성천 전 국기원 이사장이 린다를 국기원 홍보대사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화 통화로 확인해 본 결과 홍성천 이사장은 이메일을 통해서 린다의 이력서를 국기원에 전달하였을 뿐 자신이 린다를 추천한 것은 아니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취재 결과, 본부장 A씨에게 린다를 국기원에 추천한다는 말을 전달한 사람은 국기원에서 근무했던 본부장 A씨의 선배 H씨였다. H씨는 국기원 뿐만 아니라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등에서 두루 근무를 했었고 논란이 되었던 몇몇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H씨는 홍성천 이사장의 추천이라며 후배인 본부장 A씨에게 린다를 국기원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일을 실질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홍성천 이사장은 앞서 확인한 것처럼 자신이 린다를 추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린다를 국기원에 홍보대사로 추천한 인물은 H씨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 자체도 문제지만 이러한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추천된 인물을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국기원 홍보대사로 추진한 이동섭 국기원장은 이번 국기원 직원싸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기원장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국기원 홍보대사를 추천했고, 이러한 국기원장의 지시는 지시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에 국기원 직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그 문제가 직원들 간의 싸움으로 터져나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동섭 국기원장이 취임한 이후,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터져나오는 사건 사고가 벌써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동섭 국기원장은 도대체 어디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일까?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