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란 무엇인가? 태권도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태권도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등의 문제는 비단 대학 태권도학과의 교수들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2021년 현재, 우리 태권도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이기도 한 용인대 양진방 교수가 1999년 <태권도신문>에 발표한 글이 22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필자와 <태권도신문>의 허락을 얻어 전문을 다시 싣는다. (인사이드태권도 편집장 박성진 주)

<새로운 태권도연구의 방향성 모색>

- 양진방 용인대 교수(태권도신문 1999년 3월 8일)

전통성의 지나친 강조는 폐쇄 고립을 가져오고 폐쇄 고립은 무지나 편협을 결과하기 쉽다. 우리 태권도계에는 타 무술에 대한 연구는 커녕 언급조차도 이단시되는 풍토가 있다. 이러한 배타적 폐쇄성이 역사연구를 폐쇄 고립적인 것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반대로 폐쇄 고립적인 역사 기술 태도가 우리 태권도계를 폐쇄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인색해야 할 사실은 세계 무술 시장에서 태권도의 미래는 한국적 전통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무술로서의 기술적, 이론적 내용의 풍부함과 깊이에 의해서 더 많이 좌우될 것이라는 점이다.

동양무술이 이제 세계 속에서 하나의 체육활동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서구인들의 무술에 대한 이해가 과거와 달리 상당한 수준의 비교무술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하나의 무술로서의 태권도가 축적한 지식적 세계(개념적 체계)의 빈약함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기술이론, 철학을 형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내용이기도 한 이러한 개념적 체계의 빈약성은 지금까지의 태권도계가 너무 전통성과 주체성에 집중하여 폐쇄 고립적 태도를 견지함으로서 동양무술의 보편적 개념체계의 수용마저도 불가능하게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비단 우리 태권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대다수 무술계가 공히 전통 콤플렉스에 빠져 상식적 수준의 지적 교류마저도 배척하는 기묘한 실정에 있는 듯하다.

태권도가 기반한 동양무술의 보편적 개념체계에 대한 태권도적 수용은 배척되면서도 태권도의 과학화란 명목으로 서양체육 개념체계의 도용은 아무런 저항이 없다. 더욱 기묘한 것은 이러한 전도된 현상을 우리는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서구인들은 이상하게 여긴다는 사실이다.

역사 쓰기보다 역사 만들기에 더 관심한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을 태권도의 전통성 확보를 위해 있지도 않는 사료를 찾는 노력이나 견강부회적 끌어대기식 해석의 개발에 머리를 쓸 것이 아니라 진지한 비교무술적 연구를 함으로써 동양무술세계에 보편한 개념체계를 종합화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는 '무예도보통지'가 바로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이러한 노력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해 나가면 역사정립은 그러한 과정과 결과의 정리만으로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