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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떼로라는 한 주짓수인을 추억함
무림통신  |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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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3  0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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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떼로 현덕환

현떼로라는 주짓수인이 있다. 본명은 현덕환인데, 주짓수를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별명을 현떼로라고 지었다. 주짓수를 하는 사람들을 보통 주짓떼로라고 부르는데, '현'이라는 성씨가 흔한 성씨는 아니다보니, '현떼로'는 현덕환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현떼로를 만난 것은 2013년 5월이다. 현떼로는 그때부터 내가 먼저 다니고 있던 도장(광명 리스펙트)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8개월 정도 먼저 다니기 시작했고, 나이도 내가 두어 살 위이면서 도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들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련 파트너가 되었다. 몸무게도 내가 7~8키로 더 무거웠고, 먼저 다녔기 때문에 스파링을 하면 내가 우세했다. 그러나 그 우세가 한 3개월 정도나 지속되었을까?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시간이 나면 도장에 나가는 설렁설렁 수련생이었던데 반해 현떼로는 거의 매일 같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장에 나가는 열성 수련생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실력차이는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언젠가 스파링 중에 현떼로가 못 보던 가드(방어)를 하길래 잡힌 팔을 빼려고 힘을 썼더니 이렇게 말했다. "형님, 그 쪽으로 가면 더 걸릴걸요." 그의 말대로 가드는 더욱 단단하게 나를 조였고, 결국 우리의 자세는 뒤집어졌다. 스윕(sweep).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며칠 빠지던 중에 배웠던 기술이었는데, 그게 바로 '라쏘'라는, 추성국, 김봉조 같은 우리 도장의 에이스들이 주특기로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현덕환은 그렇게 열심히 주짓수에 빠져들었다.

현때로가 주짓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고등학교 친구인 주짓떼로 다니엘 김 때문이었다. 다니엘 김은 아르헨티나에서 주짓수를 배워왔고 대전-충남 지역에서 유명한 주짓수 네트워크인 칼슨 그레이시 코리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현떼로는 친구에게 주짓수를 좀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다니엘 김 관장이 집에서 가깝고 믿을만한 주짓수 도장이라며 리스펙트 도장을 추천해서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현떼로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주짓수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도장에 나왔고,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주짓수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주짓수에 미친, '주짓수 바보'가 바로 현떼로였다.

주짓수 바보인 현떼로지만 사회인으로서 현떼로는 연 매출이 8억에 달하는 금형 사출 분야의 번듯한 중소기업 대표이기도 했다. 낮에는 현대표지만 밤에는 현떼로. 이것이 내가 만난 이후의 현덕환의 삶이었다.

현떼로는 심사에서 항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빠지지 않고 승급을 했고, 내가 여전히 블루벨트에 머물고 있는데 비해 벌써 수년 전에 퍼플벨트로 승급했을 뿐만 아니라 '독산 리스펙트'라는 주짓수 도장의 관장님이 되었다. 본업이 있기 때문에 도장의 수련시간이 다른 도장들에 비해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산 리스펙트'는 지역을 대표하는 주짓수 도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떼로는 주짓수 수련인으로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도장의 궂은 일을 포함해 주짓수의 단체로서의 조직화에서도 앞장을 섰다. 광명시주짓수회 전무이사, 사무국장 등을 역임하며 주짓수가 체육단체로서 자리잡는데에 누구보다 앞장을 섰고, 결국 주짓수가 대한주짓수회라는 단체를 통해 대한체육회에 가입하는데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래서 주짓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떼로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본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만큼 주짓수계에서는 나름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인 2월 20일, 유튜브에는 주짓수에 관한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주짓수인 3명이 만나서 주짓수가 경찰청이 인정하는 가산점 단체가 된 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내용을 내가 속한 주짓수 도장의 밴드에서 알게 되었다. 링크가 연결된 글을 올린 사람이 바로 현떼로였다. 유튜브의 대화를 주도한 인물도 현떼로였는데, 나는 주짓수의 경찰청 가산점 인정 문제를 비롯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해 현떼로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만나면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영영 없어지고 말았다.

토요일 밤, 정확히는 일요일 새벽 시간에 다시 밴드에 글이 올라왔다. 현덕환의 부고를 알리는 글이었다. 불과 12시간도 되기 전에 밴드에 직접 글을 올렸던 사람의 부고라니. 놀랍고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 올라왔던 내용에서 현떼로가 오토바이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현떼로는 자신이 출연한 유튜브의 글을 밴드에 올린 지 몇 시간 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너무 갑작스럽고 믿을 수 없는 나머지 부고를 보고 또 보았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현떼로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독산 리스펙트 도장의 관원들은 관장님을 잃었고, 광명시주짓수회는 사무국장을 잃었고, 리스펙트 주짓수 본관의 박진호 관장님은 가장 믿을만한 제자이자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나는 가장 편한 주짓수 친구를 잃었다. 그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빈소에는 멀고 가까이서 여러 주짓수인들이 다녀갔다. 내가 빈소를 찾은 일요일 오후 5시에도 얼굴이 익숙한 주짓수인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주짓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한 도장 후배와 마주앉아 소주를 마셨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술들을 잘 안 마셨고, 나만 많이 마시고 만취했다. 고인을 생각하며, 고인의 빈소에 철모른듯 무심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 그의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을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명목을 빈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 가서는 온전히 그 좋아하는 주짓수만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사시기 바란다. 잘 가라. 내 친구 현떼로.

- 2021년 2월 23일 박성진 삼가 씀.

<무림통신/인사이드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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