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열 국기원장의 사표는 실제로 존재했다'
- '최 원장의 사표를 보관하고 있던 사람은 전갑길 국기원 이사장이었다'
- '최 원장의 사표는 8월18일 국기원 사무국에 전달됐다'

▲ 8월 18일 최영열 원장의 사표를 놓고 국기원 이사들이 간담회를 하기위해 모여있다.

풍문으로 나돌았던 최영열 국기원장의 사표는 실제로 존재했다. 최 원장의 사표를 보관하고 있던 사람은 전갑길 국기원 이사장이었다. 전갑길 이사장은 최 원장의 사표를 8월 18일 국기원 사무국에 전달했다. 최 원장의 사표가 국기원 사무국에 전달됨에 따라 최영열 원장의 국기원장으로서의 직위는 사라졌다. 국기원 정관에 따르면 임원의 사임은 사직서가 사무부서에 제출됨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미디 같은 일이 같은 날 발생했다. 최영열 원장이 본인의 사표를 취하한다는 사표취하서를 국기원에 제출한 것이다. 우스운 것은 최원장의 사표취하서가 사표보다 먼저 국기원에 제출됐다는 점이다. 최영열 원장은 본인이 직접 제출하지도 않은 사표에 대한 취하서를 국기원에 제출한 셈이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최영열 원장은 이 사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최영열 원장의 사표가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최영열 원장의 사표는 최 원장과 원장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오노균 후보 측에서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후보 측에서 보관하고 있던 최 원장의 사표는 국기원 김무천 이사를 통해 전갑길 이사장에게 전달됐다. 전갑길 이사장은 최 원장의 사표를 두고 고심을 하다가 18일 국기원 이사간담회를 통해 최 원장의 사표가 존재함을 밝히고 그 처분을 논의했다. 간담회 직후 전갑길 이사장은 최원장의 사표를 사무국에 전달했다. 이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최 원장의 사표가 국기원에 전달된 과정이다.

그렇다면 또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최영열 원장은 이 사표를 왜 써줬을까?"

최영열 원장의 사표가 나오게 된 이유를 따져보기 위해서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자. 최 원장은 지난해 10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국기원장 선거에서 상대인 오노균 후보와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31표를 얻어 30표를 얻은 오 후보를 1표차로 제치고 국기원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오노균 후보 측에서는 선거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기원이 맺은 과반득표와 관련한 서면약정이 이사회의 의결을 받지 않아 국기원 정관에 위배된다며 '국기원장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2월 26일 법원이 오 후보측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최영열 원장의 국기원장으로서의 직위는 정지됐다.

최영열 원장의 국기원장으로서의 직무 정지 판결이 내려진 이후, 최영열 원장 측에서는 이 판결에 대한 이의제기 및 본안소송 제소명령을 법원에 신청했고, 오노균 후보측에서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국기원장을 둘러싼 지리한 법률싸움이 예상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5월 25일, 돌연 오노균 후보 측에서 소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함에 따라 26일 최영열 원장은 국기원장으로서 복귀했다. 이 때 오노균 후보 측에서 갑자기 소를 취하한 배경에 대한 무수한 뒷말이 나왔으나 양측에서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약 2주 후인 6월 8일 최영열 원장이 이근창 전 국기원사무처장을 국기원 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근창 전 처장은 선거 과정에서 오노균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노균 후보 측에서 아무 조건없이 소를 취하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 것이다. 더욱이 한 달 후인 7월 8일 오노균 후보 역시 국기원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최영열 원장 측과 오노균 후보 측에서 소 취하를 조건으로 사실상 담합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굳어졌다.

그리고 한 달 여 후인 8월 중순 경부터 최영열 원장의 사표를 오노균 후보 측에서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표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은 또 남는다. 비록 무산됐지만 이근창 씨를 국기원개혁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오노균 후보를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위촉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노균 후보 측에서 사표를 공개하고 사무국에 전달되도록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분석이 "최영열 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소 취하를 전제로 사표를 써주면서 양 측 간에 이면합의서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최영열 원장이 지키지 않은 약속은 도대체 무엇일까?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오노균 후보 측에서 소를 취하하기 전인 5월 모일, 최영열 원장, 오노균 후보, 최 원장 측근 C씨, 오 후보 측근 L씨 등 4인이 회동을 가졌고, 이 회동에서 이면에 합의한 내용들이 있으며 그 내용 중 하나는 3개월 이내에 오노균 후보를 국기원 행정부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 원장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 후보 측에서 최 원장의 사표라는 히든카드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영열 원장과 오노균 후보 양 측은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법률적인 책임까지 져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기원 관계자 A씨는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최영열 원장, 오노균 후보 입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최영열 원장에게 전화를 걸자 최 원장의 부인이 전화를 받아 "우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이, 어떻게 억울한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억울하고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평소 같으면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기를 좋아하는 오노균 후보는 수 차레 시도한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문자로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있다는 연락만을 취해왔다.

기자는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국기원장 후보로 나왔던 사람들인가? 태권도계에는 인물이 이렇게도 없는가?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