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원 객실에 설치되어 있는 연기감지기

코로나 사태로 거의 모든 태권도대회가 중단되어온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로는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제50회 협회장기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가 8월 10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시작됐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물론이고 대회지인 태권도원 역시 어렵게 열린 대회이니만큼 이번 대회가 아무 탈 없이 끝나야 한다는 고민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첫째 날인 8월 10일 오후 11시 경, 태권도원 A동 509호에서 연기감지기의 경보가 울렸다. 연기감지기는 방안에서 화재나 취사 등으로 인해 연기가 발생할 경우에 작동한다. 담배를 피운 경우에도 작동할 수 있다. 태권도원의 객실은 원칙적으로 금연이다. 태권도원 전체가 금연구역인 것은 아니므로 외부의 지정된 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경보음이 발생하자 태권도원의 자회사인 태권도원운영관리회사의 담당직원이 경보가 발생한 509호를 찾아갔고 경보를 해제했다. 경보의 원인은 화재나 취사 등은 아니었고 흡연이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509호는 이번 대회의 심판에게 배정된 방이었다. 그 방의 해당 심판은 자신은 흡연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태권도원의 담당직원은 담배냄새가 많이 났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1일 오후 7시30분 경. 태권도원 중앙통제센터에 한 객실의 연기감지기가 제거됐다는 경고가 뜬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A동 509호였다.

이번에도 태권도원의 관리직원이 509호를 찾아갔다. 연기감지기는 떨어져있었다. 그런데 연기감지기가 저절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그 방의 투숙객인 심판K씨가 직접 제거한 것이었다. K씨는 연기감지기가 오작동을 하여 자신이 직접 떼어냈으며 방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권도원 관리직원은 509호 방문 당시 이번에도 방 안에서 담배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보고했다.

태권도원 측에서는 이번 문제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 측에 우선 구두로 항의의 뜻을 밝혔다. 실내에서는 금연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을 한 것을 넘어서 객실의 기기를 임의로 제거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태권도원 정국현 사무총장은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해당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가 없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공식적으로 항의하겠다"는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의 경기부, 심판부를 아우르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강석한 대회본부장은 "우선 해당 심판은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3자 대면 등을 통해서라도 사실관계를 우선 밝히고 나서 징계 여부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팩트는 이렇다. 첫째, 10일 밤 509호의 연기감지기가 작동했다. 둘째, 11일 저녁 509호의 연기감지기를 투숙객인 심판 K씨가 떼어냈다는 것. 태권도원 측에서는 K씨가 11일에 연기감지기를 떼어낸 이유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K씨는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며 오작동을 해서 떼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심판 K씨의 주장을 납득할 수 있을까? 태권도원 운영관리회사의 서필환 대표는 "연기감지기가 오작동을 했을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만약 오작동을 했다면 중앙통제센터에서 즉시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제센터에서는 해당 방에서 연기감지장치가 떼어진 시각이 정확히 표시되어 있다.

이번 대회는 어렵게 어렵게 성사시킨 대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태권도대회들이 줄줄이 취소, 연기되어온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가 6개월 만에 주최하는 공식 대회다. 선수, 지도자에서부터 임원, 직원 모두가 대회의 무탈한 진행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말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얼마든지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할 일이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을까? 만의 하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객실 안의 연기감지장치를 떼어낸다는 것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김석중 심판위원장은 "해당 심판이 거짓말을 한 것이 하나라도 드러난다면 엄중히 징계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추이, 지켜볼 일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