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득 국기원장이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월 29일 오후 4시 국기원 제2강의실. 오현득 국기원장에 대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오현득 원장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크게 2가지다. 살인교사와 성추행. 영화에서나 다뤄질 만한 끔찍한 의혹들이 태권도 본부의 수장이라는 국기원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인물은 태권도시민단체를 자처하는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의 김덕근 대표다. 김덕근 대표는 “오현득 국기원장이 중국 정파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복 사범에게 본인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덕근 대표는 오현득 원장의 혐의에 대한 증언 및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 원장을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김덕근 대표의 고소장 안에는 김기복 사범의 증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한쪽은 더 이상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것이다.

오현득 원장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의혹인 성추행 의혹은, 오현득 원장과 수 차례 만난 적이 있는 한 여성이 오현득 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한 태권도전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이 여성과 오현득 원장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도 중국 정파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복 사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득 원장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살인교사, 성추행 등의 모든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선, 자신이 살인교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기복 사범에 대해서는 "김기복 사범이 중국 태권도심사권을 요구했는데 그 요구를 받아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오현득 원장의 주장이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여성을 만난 적은 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만났을 뿐이며 성추행으로 의심될 만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김기복 사범이 오현득 원장으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는 문건의 사본

살인교사와 성추행. 하나만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의혹이 현 태권도 본부의 수장인 국기원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선, 성추행 의혹은, 당사자들외에는 진실을 알 수 없는 것이므로 경찰의 수사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살인교사 의혹에 관해서는, 설마 오현득 원장이 실제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테러를 하라고 지시했을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의혹이 제기된 책임은 분명히 오현득 원장에게 있다.

오현득 원장은 기자회견 도중 "나 자신이 테러 전문가인데, (그렇게 어설프게) 테러를 지시했겠는가"라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오현득 원장은 알려진 것처럼 군 정보사 간부 출신이다. 대북관련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파공작원 부대를 지휘한 것을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놓고 본다면 오현득 원장이 테러, 또는 대 테러 전문가인 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력이 태권도 수장의 입에서 자랑처럼 나올 수 있는 말인가? 국기원 원장이 태권도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테러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자랑처럼 이야기한다면, 전 세계 태권도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현득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정통 태권도인으로서 인정을 받지못해왔다. 태권도를 수련한 것은 분명하지만, 태권도 단위가 5단에 불과하고 태권도인이라기보다는 군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을 해왔던 경력과 그 이후에는 보수우파와 관련한 정치권 경력이 더 부각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오현득 원장의 정통 태권도 원로로서의 자격 결여는 그 동안 국내외 태권도인들로부터 직간접적인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게 했다. 무리하게 추진했던 특별심사 역시 이러한 오 원장에 대한 반대 세력을 더욱 결집하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태권도 원로는 아니지만 국기원과 태권도가 더 발전하기 위한 행정적인 역할에 관해서는 전임 국기원장들에 비해서 더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취임 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버텨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오현득 원장이 주도해왔던 국기원 운영의 한계가 이번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오현득 원장을 '배신'하고 나선  김기복 사범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오현득 원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득 원장이 부하처럼 부렸다고까지 할 수 있는 관계였다는 것이 이 둘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그 가장 가까웠던 부하가 배신을 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현득 국기원장은 태권도 단체의 수장인가, 정보부대의 대장인가? 오현득 원장이 국기원장으로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은 없다.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많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현득 원장이 살인교사를 직접 지시했을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현득 원장이 골치아프게 하는 인물이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때 가장 가까운 부하가 스스로 먼저 "그럼 제가 손을 좀 볼까요?"라는 말을 했을 수는 있다. 실제로 이날 해명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현득 원장은 "김기복 사범이 스스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손을 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손을 보겠다는 말은 다시 말해 테러를 가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국기원장 앞에서 스스럼없이 한다? 그게 과연 태권도 사범이 국기원장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이러한 대화가 태권도 수장인 국기원장과 해외 태권도 사범간에 나눌 수 있는 대화인가? 오현득 원장은 이러한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기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미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버린 국기원의 명예와 위상이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오현득 국기원장은 그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하는가? 오현득 원장은 국기원을 떠나야 한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그것이 남아있는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