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북한 ITF 태권도 시범단이 방문했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각각 개막식과 폐막식에 찾아왔다는 점 등에서 뉴스의 초점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번에 ITF시범단은 북한태권도시범단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맞는 면도 있고, 맞지 않는 면도 있다.

우선 “ITF=북한태권도”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ITF, 즉 국제태권도연맹은 1966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9개국이 참여해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스포츠조직이다. WTF 즉 세계태권도연맹은 7년 후인 1973년에 창설됐다.

최홍희를 총재로 해서 창설된 ITF의 당시 창설 멤버에는 김종필을 포함해 김용태, 이상희 등 당대의 유력 정치계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부총재에는 송무관의 창설자 노병직, 사무총장에는 엄운규, 기술위원장에 이종우 등 당대 최고의 태권도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최홍희가 박정희 정권과의 불화로 캐나다로 망명을 하고 1980년에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면서부터 ITF는 북한과 관련이 있는 불온한 태권도, 북한 태권도 등으로 인식이 되어왔지만 태생 자체로 놓고본다면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 시작되었으며 태권도 최초의 공식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한국, 즉 남한에는 ITF 태권도가 전혀 없는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2004년부터 ITF 태권도의 이름을 건 단체가 활동을 해왔다. 다만 이 ITF는 이번에 무주를 방문한 북한이 주도하는 리용선 총재의 ITF가 아니라 ITF의 창설자 최홍희의 아들인 최중화를 총재로하는 ITF 단체다. 정식 이름은 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 이 단체는 조직 내부에서 갈등을 겪는 등 현재 완전히 안정된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에 공식 도장을 가지고 있으며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인천에서 국제대회를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이 단체의 유승희 사무총장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ITF 단체는 ITF 중 하나일 뿐이며 북한이 ITF 종주국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10년 이상 국내에서 북한과는 전혀 관련이 없이 ITF태권도를 수련하고 국내에 보급해오고 있다. ITF 태권도가 북한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방문한 ITF 시범단을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라고 하는 말은 틀린 말일까?

시범단원의 구성으로만 보면 이 점은 크게 틀리지 않다. 시범단원이 모두 북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방문한 ITF가 북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현재 ITF는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북한에 의해 주도되는 리용선 총재의 ITF, 최홍희의 아들인 최중화를 총재로 하는 ITF, 북한과 최중화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 외국인들이 중심이 된 트라젠버그를 총재로 하는 ITF다.

태권도 통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조정원 WTF 총재, 장웅 WJS ITF총재이자 IOC 위원과 회동하며 WTF와 ITF의 통합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 올랐지만 결론은 미지수.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교류. 이번 무주세계대회에서 WTF와 ITF의 교류, ITF에 관한 묻혀진 진실 등이 드러났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