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대한태권도협회(회장 최창신)가 올해 첫 번째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다뤄진 안건 중에는 6명의 추가 이사 선임 건이 있었다. 이날 추천된 6명의 이사는 문대성(전 IOC위원), 정국현(한국체대 교수), 한창헌(대구시태권도협회 부회장), 김경수(경남태권도협회 부회장, 이승민(세계태권도연맹 총무부장), 송남정(한국여성태권도연맹 이사) 등이다.

KTA는 이사회 후에 있었던 브리핑에서 이들 추천 이사들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이들 추가 이사들의 명단이 알려지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WTF의 이승민 부장 때문이었다.

이승민 부장의 이사 추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첫 번째 이유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상위 기관인 세계태권도연맹의 현직 총무부장이 하위단체의 이사를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문제였다. 이런 식이라면 대한태권도협회 직원이 시도 태권도협회의 이사로 선임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승민 부장의 이사 선임이 정관 상의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소속 단체장이나 상급자들에게는 보고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한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승민 부장이 대한태권도협회의 이사로 추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 직원들은 맨붕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상급자인 양진방 사무국장은 그러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후에 보고받은 조정원 총재 역시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당사자인 이승민 부장 본인이 이사 추천에 대해 사전에 대한태권도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승민 부장과 함께 추천이 되었던 일부 다른 이사들은 물론 사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승민 부장만 연락을 받지 못했거나, 이승민 부장이 연락을 받았으면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둘 중 하나가 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신 회장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승민 부장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오래 전에 (이사로서)도와달라는 말을 하긴 했는데, 그게 오래되었고, 분명하게 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창신 회장의 이러한 설명도 구차하기 그지없다. 이승민 부장이 정말 대한태권도협회의 이사로서 필요한 사람이라면 분명하게 당사자에게 전달을 했어야 했고 이와 함께 세계태권도연맹의 상급자 및 조정원 총재와도 논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최창신 회장은 세계태권도연맹의 전자호구특별위원장으로 근무를 한 경험까지 있기 때문에 WTF 사무국에 대해서는 잘 안다면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대한태권도협회는 이승민 부장의 이사 추천을 포기했다. 최창신 회장은 “그렇게 논란이 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 논란이 되길래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았다. 자리가 남아서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최창신 회장이 오히려 더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상식의 문제다. 상식이라는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상식이 이해가 안된다면 그 사람은 상식이 없는 것이다. 태권도계에서 손꼽히는 “행정의 달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창신 회장. 이번 이승민 부장 이사 추천 건으로 다시 한번 체면을 구겼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