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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태권도협회(회장 최창신)가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고의 금액으로 꼽히는 3억7천만원대의 영상판독장비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주려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취소했다는 의혹에 쉽싸였다.
문제가 된 <영상판독장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은 태권도 경기에서 판정에 이의가 제기된 경우에 대비해 전체 경기 영상을 촬영, 저장 및 활용하기 위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태권도 경기의 공정성 확보와 원활한 진행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며 꼭 필요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사업 업체 선정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특정업체가 이미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제기된 중요한 의혹들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의혹1> 사업제안요청서, 누가 만들었나?
이번 사업은 그 시작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번 사업의 입찰공고를 지난해 12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그런데 여기에 첨부된 사업제안요청서가 특정업체(결과적으로 사업자로 선정된)에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가 공지한 총 22쪽의 이 사업제안요청서를 보면, 사업 개요, 추진 방안 등에 이어 구체적으로 이 장비들이 태권도 경기장에서 어떻게 배치되고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도면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이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유비스포(대표 구민관) 에서 작성되어 협회에 제안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KTA는 부분적으로 선정된 업체인 유비스포가 관여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KTA 류호윤 운영부장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여름부터 KTA와 '태권소프트'가 함께 회의를 했고, 사업제안서에 포함된 도면의 경우에는 태권소프트로부터 받은 것이 맞다. 그러나 공모에 첨부된 사업제안요청서는 협회 내부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태권소프트에서 만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태권소프트는 유비스포와 같은 대표자에 의해 만들어진 회사로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태권소프트는 대회 운영 등을 맡아온 회사로 태권도계에 잘 알려진 회사다.
유비스포의 구민관 대표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체가 협회에 이런저런 사업들을 제안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이번 사업의 추진 과정에 유비스포가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KTA와 유비스포가 이번 사업 추진에서 함께 회의를 했는지는 앞으로 더 밝혀져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자체가 특정회사에 의해서 제안 및 추진되었고 결과적으로 그 회사가 고액의 사업권을 따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의혹2> 사업계약은 왜 취소되었고 그 책임은 어디에 있나?
KTA가 제안한 이번 사업에는 ㈜컴아트시스템, ㈜아이탑이십일닷컴, ㈜유비스포 등 3개 업체가 입찰했다. KTA가 공고한 우선사업자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술력(90%)이었다. 그리고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유비스포.
그런데 업체 선정 이후, 계약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KTA는 우선사업자를 선정한 후 1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계약은 미뤄지다가 당초 공고 상에서의 내용과 다르게 3억 7천이 아닌 2억 6천의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KTA 류호윤 부장에 따르면 당초 공고 상에서 추진됐던 프로그램 등을 모두 납품하지 못하고 9가지 품목 중에서 5가지 만을 납품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류 부장의 해명에 따르면 업체가 기한 내에 납품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초 공고된 내용보다 적은 부분만을 계약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업체가 과연 어떤 판단 기준으로 기술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5가지 내용에 대한 납품마저도 업체(유비스포)가 정해진 기한 내에 맞추기 어렵다고 최종적으로 판단되어 결국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는 것이 협회 류호윤 부장의 해명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책임을 업체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류 부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KTA 측에서도 행정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최창신 회장은 "회장으로서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서는 자체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 결과 잘못된 점이 있다면 책임 소재를 밝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KTA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이번 계약이 파기된 책임은 선정업체인 유비스포에 있다. 기술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회사에게 가장 높은 기술력 점수를 준 기준과 그 평가위원들의 평가 내용은 공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받은 3억7천만원이 넘는 금액은 다시 반납하게 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태권도 경기를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 사라진 것이다.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대한태권도협회, 그리고 그 최고 운영자인 최창신 회장은 여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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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창신 회장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의혹 3> 최창신 회장과 구민관 대표는 어떤 관계인가?
이번 특혜 의혹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대한태권도협회 최창신 회장과 유비스포(태권소프트) 구민관 대표의 관계이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관계이고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최창신 회장은 지난 해 11월 있었던 회장 선거에서 상대 이승완 후보를 이기고 회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구민관 대표가 최창신 회장의 선거캠프에서 직접적으로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신 회장은 "선거홍보자료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진, 영상물 등의 제작을 의뢰한 회사가 구민관 대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한 내용을 제작하기 위해서 의뢰했을 뿐이지 구 대표가 선거운동에 개입을 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번 업체 선정 과정에서 구민관 대표의 회사(유비스포)가 입찰한 것도 나중에 알았으며 업체 선정은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 회장의 말이 액면 그대로 태권도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지난 회장 선거 직후, 선거에서 패한 이승완 회장은 최창신 회장을 "허위 사실 유포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여기에 구민관 대표를 함께 고소했다.
구민관 대표는 모 태권도전문언론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승완 회장 측에서는 이 언론사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최창신 회장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최창신 회장은 구민관 대표와 선거 과정에서 아무 관련이 없었고 이번 영상판독장비 사업과 관련해 구민관 대표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을까?
지난 1월 10일, 대한태권도협회 사무국에서는 이번 영상판독장비 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과 평가가 열리고 있었다. 평가는 오후 5시경 끝났는데, 그 시각 공교롭게도 기자는 협회 사무국에서 최창신 회장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탁자 앞에 있던 최창신 회장의 핸드폰에 잠시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 문자가 온 것이다. 문자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구민관' 이었다.
구민관 대표는 최창신 회장에게 뭐라고 문자를 보냈을까? 기자는 그 내용이 궁금하다.
<인사이드태권도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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